[ 김근희 기자 ]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7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입시전문가들은 영어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 등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중3이 시험을 치르는 2018학년도 수능 영어부터 적용될 절대평가제의 핵심은 수험생이 일정 기준 점수만 넘으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상위 4%만 1등급을 받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이 과도한 사교육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29일 학원가에 따르면 입시전문가들은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으로 인한 사교육 경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시험이 쉬워지면 '누가 실수를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며 "난이도를 낮춘다 해도 한 문제만 틀리면 삐끗할 수 있어 오히려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영어 대신 국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 집중 투자해 전체 공부량과 사교육 투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뒤따랐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면 수험생들은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되는 영어를 중학생 때까지 빨리 떼고, 고등학생 때는 국어나 수학에 집중하려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학들이 특정 영어 등급을 요구하면 이를 맞추기 위해 영어 선행학습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부총리가 내세운 영어교육 정상화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봤다. 수도권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이 절대평가 기준을 맞추는 식으로 영어 공부를 해서 과연 글로벌 시대 인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교육부의 방향 설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도 "영어의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다 평가하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영어로 의사소통을 잘 하는지 평가하기 어렵다" 며 "절대평가 도입보다 좀 더 근본적으로 평가 방식을 보고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대학별 영어 본고사 부활 우려에 대해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대입 특별전형의 경우 지금도 영어면접 등이 이뤄지고 있어 일부 상위권 대학 전형에서 별도의 대학별 영어시험이 치러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교육연구소장은 "영어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다른 영역의 사교육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있을 것" 이라며 "이런 식으로 풍선 효과를 잡기 위한 제도 보완과 변화가 이어지다 보면 궁극적으로 수능이 일종의 자격시험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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