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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만점자조차 大入탈락 물수능 이대론 안된다

입력 : 
2015-01-14 00:01:01
수정 : 
2015-01-14 11: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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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 3명이 연세대 의예과 정시모집 1차에서 불합격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자연계 수능만점자 21명 중 15명이 올해 23명을 뽑는 연세대 의예과 정시에 지원했는데 3명이 탈락했다. 같은 만점이라도 과학탐구는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차이 나는 데다 정시는 수능 90%와 학생부 10%를 반영하면서 내신성적이 당락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서울대 의예과 합격자 발표가 남아있고, 동시에 합격한 학생들이 서울대로 이동할 경우 탈락자들이 추가합격할 가능성도 있어 완전 낙방으로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만점을 받고도 수능 비중이 큰 정시에서 합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입시 제도에 구멍이 뚫렸다는 방증이다.

최상위권이 몰리는 의예과에 대거 지원한 탓도 있지만 만점자 불합격 사태는 우려했던 물수능의 폐해가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능이 변별력을 상실하면서 최상위권에 표준점수 5~10점 차이 학생들이 빼곡히 분포하다 보니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것이다. 특히 과학탐구는 같은 만점이라도 난도가 쉬우면 표준점수가 낮아지는데 이는 본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순전히 운이다.

상위권 대학의 정시 비중이 25%로 지나치게 낮은 것도 수능 고득점자들을 불합격자로 내몰고 있다. 고교 1~2학년 때 내신을 망친 수험생에게는 수능으로 패자 부활 기회를 줘야 하는데 정시 문이 좁다 보니 상당수가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물수능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2018년부터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고 올해 역시 영어, 수학 등은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학업 스트레스와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분이지만 변별력 부재는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게 될 뿐이다. 교육부는 수능출제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3월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수능 만점자가 대학에 떨어지는 황당한 사건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변별력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한두 문제 차이로 수험생들의 인생이 바뀌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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