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 선택형 수능’ 혼선… 現고2 내년 봄까지 대입 준비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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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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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11월까지 전형 확정” 대학들 “자료없어 발표 못해” 내년 3월쯤에 윤곽 예상

현재 고교 2학년은 내년 1학기 개학 직후는 물론이고 상반기까지도 자세한 대학별 전형계획을 모른 채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주요 과목이 처음으로 A, B 선택형으로 바뀌면서 대학들이 빨라야 내년 3월에나 세부 전형계획을 확정해 발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응시할 수능 과목의 유형을 결정하지 못한 채 겨울방학을 보내고 3학년을 시작하는 수험생들만 ‘블라인드 입시’로 고통받게 됐다.

○ 대책 없는 교육당국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은 내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올해 11월까지 발표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의 A, B 선택 유형 △교차지원 시 B형에 대한 가산점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급을 이때까지 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11월까지 발표하지 않거나 발표한 뒤 나중에 바꾸는 대학에는 행정적 재정적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당국의 압박에도 대학들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도교육청이 실시하는 내년 3월 학력평가 이후에 전형계획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선택형 수능에 대한 사실상의 첫 통계를 보고 나서 계획을 짜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2등급으로 설정한 대학은 상위권 수험생이 몰릴 것으로 보이는 B형의 최저학력기준 등급을 얼마나 낮춰야 할지를 학력평가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발표 시기를 재촉하는 교육당국에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하다. 서울 모 대학의 입학처장은 “전형계획을 세우기 위해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적어도 수능 A형과 B형의 예상 점수 차라도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최소한의 자료도 주지 않으면서 11월까지 전형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고교와 대학 모두 골치

내년 대입에 도전할 고교 2학년생과 고교 교사들은 블라인드 입시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교협이 1일 개최한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시안) 공청회에서 교사들은 “내년 수능에 처음 선택형을 도입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각 대학이 어느 유형을 선택할지를 늦어도 연말까지 발표해야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인창고 임병묵 교감은 “대학들이 전형계획 발표를 늦추면 수험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고 말했다.

대학들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욱연 서강대 입학처장은 “선택형 수능을 처음 실시하니 대학도 두 유형의 난도와 응시하는 학생 비율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험의 특성을 모르는 상황에서 가산점이나 최저학력기준 등급을 정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특히 지원자를 많이 모으기 위해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3개 영역 과목마다 교차지원을 허용할 가능성이 큰 중하위권 대학일수록 심하다. 교차지원에 대한 가산점을 어느 정도 줘야 할지, 최저학력기준 등급은 어떻게 정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교육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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